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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 뷰티 (친환경 소비, 고체 클렌저, 비건 뷰티)

by 서영,s 2026. 6. 8.

화장대를 정리하다가 빈 클렌징 통과 일회용 화장솜, 샘플 포장지를 한꺼번에 버린 날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양에 솔직히 좀 당황했습니다. 그날 이후 제 스킨케어 루틴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피부가 아니라 쓰레기통을 먼저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친환경 소비, 뷰티 업계에서 왜 지금인가

일반적으로 스킨케어 제품을 고를 때는 세정력, 보습력, 향 같은 기능적인 요소를 먼저 따집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환경 문제는 뉴스에서나 생각하는 거라고, 막연히 그렇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요즘 뷰티 업계에서는 LCA(전 과정 평가)라는 개념이 조용히 퍼지고 있습니다. LCA란 제품이 원료 채취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내가 클렌저 한 통을 다 쓰고 버릴 때까지 그 제품이 지구에 얼마나 부담을 주는지를 따지는 것입니다. 일부 브랜드들이 이 지표를 기준으로 패키지 설계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이 시기였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이 수치로 확인됩니다.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화장품 용기 폐기물 발생량은 연간 약 2만 톤 수준으로 추정되며, 재활용 처리율은 여전히 낮은 편입니다(출처: 환경부). 플라스틱 용기를 매번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리필 스테이션이나 고체 제형 제품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란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대한 줄이거나 없애는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합니다. 뷰티 분야에서는 제품 선택과 사용 방식 모두에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고체 클렌저, 실제로 써보니 달랐습니다

"고체 비누나 고체 클렌저는 세정력이 약하다"는 말을 꽤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고, 사실 반신반의하며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믿음은 반만 맞았습니다.

고체 클렌저의 핵심은 계면활성제(Surfactant) 종류와 배합 비율에 달려 있습니다. 계면활성제란 물과 기름이 섞이도록 도와주는 성분으로, 피부의 노폐물과 메이크업을 씻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액체 클렌저에도 동일하게 들어가는 성분이지만, 고체 제형에서는 보존제나 방부제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실제로 제가 직접 써봤는데, 기초 메이크업 정도는 충분히 지워졌고 세안 후 당김도 심하지 않았습니다.

여행할 때 특히 편했습니다. 액체 제형은 항공기 반입 시 100ml 이하로 용량을 맞춰야 하는 기내 반입 규정 때문에 번거롭지만, 고체 클렌저는 그런 제약이 없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환경 때문에 시작했다가 실용성까지 챙긴 셈입니다.

비건 뷰티(Vegan Beauty)와의 연결도 자연스럽습니다. 비건 뷰티란 동물성 원료와 동물 실험을 배제한 제품군을 의미합니다. 비건 인증을 받은 고체 클렌저들은 대체로 식물성 계면활성제를 사용하고, 패키지도 종이 포장 등 분리수거가 쉬운 소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부에 좋은 성분을 찾다 보면 환경에도 덜 부담스러운 선택과 겹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고체 클렌저 외에도 제로 웨이스트 뷰티를 실천하는 방식은 여럿 있습니다.

  • 리필형 제품 사용: 용기를 재사용하고 내용물만 교체하는 방식
  • 화장솜 사용 줄이기: 손으로 제품을 펴바르는 루틴으로 전환
  • 재활용 가능한 패키지 선택: 유리, 알루미늄, 종이 소재 제품 우선 선택
  • 다 쓴 후 구매하기: 충동 구매 대신 소진 후 구매 원칙 적용

저는 이 순서대로 하나씩 바꿨습니다. 한꺼번에 바꾸려 했으면 아마 사흘을 넘기지 못했을 겁니다.

비건 뷰티와 지속 가능한 소비 습관으로 이어지기까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생각지 못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성분표를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긴 것입니다. 파라벤(Paraben)이나 합성 향료처럼 불필요하게 들어가는 성분들을 피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제품 수 자체가 줄었습니다. 파라벤이란 제품의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사용하는 방부제 계열 성분으로, 일부 소비자들이 장기 사용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환경을 위한 선택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스킨케어 단계가 줄고 루틴이 단순해지면서 아침 준비 시간이 짧아졌습니다.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덜 쓰는 것이 피부 건강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중 친환경 소비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2030 여성 소비자층에서 뷰티 제품의 성분과 패키지 환경성을 구매 기준으로 삼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이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소비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보입니다.

SNS를 보면 모든 플라스틱을 끊어야 진정한 제로 웨이스트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접근이 오히려 지속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실천보다 작은 변화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결국 환경에도 더 유의미한 영향을 줍니다.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말 그대로 지속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오늘 하나 바꾸는 것이 내일 전부 바꾸겠다고 결심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결국 제로 웨이스트 뷰티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어도 됩니다. 다 쓴 클렌저 통을 버리기 전에 리필 제품이 있는지 한 번 찾아보는 것, 화장솜 대신 손으로 스킨을 두드려 보는 것. 저는 그 작은 습관에서 시작했고, 지금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예전보다 쓰레기통이 가볍고, 화장대가 조용해졌습니다. 한 가지만 먼저 바꿔보신다면, 고체 클렌저를 추천드립니다. 생각보다 적응이 빠릅니다.


참고: - 환경부 화장품 용기 폐기물 관련 자료: https://www.me.go.kr